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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주식 배당금을 '1000원'이 아닌 '1000주(株)'로 배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한민국이 떠들석 합니다. 1995년, 한 금융 전문가의 실수로 200년 역사의 은행이 1조 5천억원의 손실과 함께 파산하며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든 사건이 있는데요.



영국의 니콜라스 윌리엄 "닉" 리슨(Nicholas William "Nick" Leeson, 1967년 2월 25일 영국 왓포드 출생)은 1989년 그의 나이 22세에 유서깊은 영국 명문 은행인 '베어링스(Barings) 은행'에 입사합니다. 베어링스 은행은 소설속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무제한 대출권을 받아 자주 애용하던 은행입니다.



또한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도 주인공인 내깃돈을 맡긴 은행이기도 하며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일때 돈을 빌려 주기도 한 은행으로 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곳이었습니다.



닉 리슨은 1992년 파생상품 딜러로 베어링스 은행이 설립한 싱가포르 선물거래회사로 발령을 받습니다. 당시만 해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는 전산매매가 아닌 사람의 수신호로 매매를 진행, 종종 이것으로 인한 매매 실수가 발생했으며 회사는 이 손실을 부담하였습니다.



딜러들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관리하는 에러계좌에 이것을 기록하였는데요. 닉 리슨은 거래도중 큰 손해가 발생하자 이것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비밀 계좌인 이른바 88888 계좌에 숨기게 됩니다.


<영화속에서 '닉 리슨'을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유언 맥그레거)>


실수는 감출 수 있고 성과만 보여줄 수 있게 된 닉 리슨은 점점 88888 비밀 계좌에 맛을 들이게 됩니다. 손실이 점점 88888 계좌에 쌓여갔지만 대차대조표와 장부를 교묘하게 조작하여 본사에 손실이 보고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본사는 그를 더욱 신뢰하며 자금 관리를 맡겼습니다.



88888 비밀 계좌를 등에 업은 닉 리슨의 활약(?)으로 1993년 싱가포르 지사는 베어링스 은행 전체 수익의 20%를 기록하였고 1994년 1월부터 7월까지 미화 약 7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그는 1993년과 1994년 최고 매니저상까지 수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베 대지진으로 인한 니케이 지수의 대폭락으로 그는 비밀 계좌로도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결국 비밀 계좌를 이용한 그의 속임수가 발각됩니다. 닉 리슨의 나이 28세, 그는 베어링스 은행에 약 8억 2천 7백만 파운드(한화 약 1조 5천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이것은 베어링스 은행 자기자본의 2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사는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딜러 1명으로 인한 200년 전통의 은행 파산 소식은 전 세계를 강타하였고, 그는 3일간 행방을 감추기도 하였지만 독일에서 체포, 싱가포르로 송환되어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암 치료때문에 가석방 됩니다.


<영화속 닉 리슨(이완 맥그리거. 좌측)과 실제 닉 리슨(우측)>


이후 닉 리슨은 자신의 경험(? 사기 행각!)을 <Rouge Trader(금융가의 불한당)>라는 책으로 발간, 이것은 같은 제목으로 1999년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 유언 머그레거)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 되었는데요.



국내에는 2000년 <겜블(갬블)>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그는 수감생활 중 본처와 이혼후 2003년 재혼하였으며 한때는 골웨이 유나이티FC 라는 축구단을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자신의 경험(?)을 살린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닉 리슨은 베어링스 은행 입사전 이미 3천 파운드의 벌금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었으나 이것을 감추었으며 입사후엔 비밀 계좌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문서를 위조했음이 밝혀졌는데요. 하지만 그의 이런 엄청난 사기 행각 뒤에는 당시 베어링스 은행 본사는 물론 금융업계와 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시와 관리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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