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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화려하게 개막하였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게 금메달을 안겨 주며 효자 종목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쇼트 트랙, 스피드 스케이팅등 주로 빙상 종목이었습니다. 나머지 종목들은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고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라는 세기의 슈퍼 스타가 나오면서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겨 주었습니다.



썰매 종목(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역시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대한민국에서는 메달을 꿈꾸기 힘든 종목중의 하나였는데요. 윤성빈 선수는 단숨에 대한민국을 스켈레톤(Skeleton) 강국으로 이끌면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비슷한 썰매 종목인 루지(Luge ; 프랑스어로 '썰매'라는 뜻)는 하늘을 보고 누워서 타는데 비해 스켈레톤(Skeleton ; 썰매의 핸들(손잡이) 모양이 사람의 갈비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짐)은 엎드려타고 머리를 맨 앞에 두면서 헬맷과 지면의 차이가 불과 4cm에 불과, 체감 속도가 가장 높은 종목 입니다.


<썰매 종목의 하나인 루지(Luge)>


썰매하나에 온몸을 맡기며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인 만큼 위험도 따르기에 제2회(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지만 이내 제외 되었고 제19회(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 다시 부활하였습니다.


<윤성빈 선수가 출전하는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Skeleton)>


윤성빈(1994년 5월 23일 경상남도 남해군 출생. 남서울 중학교-신림고등학교-한국체육대학교. 소속사 : 올댓스포츠, 소속팀 : 강원도청, 신장 : 178cm)은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썰매 종목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는데요.


당시 신림고등학교 체육 교사였던 김영태씨는 활발한 성격에 크지 않은 키(178cm)에도 불구하고 농구 림을 쉽게 잡을 정도로 순발력과 운동 능력이 뛰어난 윤성빈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스켈레톤은 경기 초반 썰매를 밀고 나가는 스타트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순발력은 필수 조건중의 하나입니다.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순발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서전트 점프(Sargent Jump ; 제자리 높이 뛰기)인데요. 운동 선수 기준으로는 단신(178cm)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농구 선수도 제대로 못잡는 경우가 많은 농구 골대 림을 잡는 윤성빈을 보며 가능성을 느낀 것 입니다.



이후 윤성빈은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하체 근육을 키우며 2016년 기준, 사전트 점프 107cm를 달성하며 대표팀내 최고를 기록합니다. 참고로 미국 NBA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서전트 점프가 110cm, 성인 남성 평균 서전트 점프가 30~40cm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김교사는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을 만들어 이사로 재직중이었는데 '(윤)성빈이를 한번 밀어 보자. 그래서 대한민국에 새로운 설상 종목의 꽃을 한번 피워보자'라는 생각에 대한민국 설상 종목 최초 8위를 달성했던 강광배 교수(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협회 부회장)에게 윤성빈 선수를 추천하였다고 합니다.


김영태 교사의 안목은 정확하였습니다. 윤성빈 선수는 스켈레톤에 입문한지 3개월만에 국가 대표가 되었고 입문 1년 후인 2013년 11월에 아메리카컵에서 매달을 수상, 2014년 1월에는 대륙간컵 우승을 차지하는등 짧은 시간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 주었습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하여 16위를 기록하였습니다.



2016년에는 스켈레톤 세계선수권에서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하였으며 2016-2016 시즌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 연맹(IBSF ; 2015년까지는 FIBT로도 불림) 월드컵 7차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대한민국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습니다.


2016-2017시즌 월드컵 1차, 2017-2018 시즌 월드컵 2차, 3차, 4차, 6차, 7차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게 됩니다. 그의 최대 경쟁자는 스켈레톤 종목에서 절대 강자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우는 '스켈레톤의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선수 인데요.


마르틴스 두쿠르스(Martins Dulkurs.  1984년 3월 31일생)는 2010년부터 8년 동안이나 세계 랭킹 1위에서 단 한번도 내려오지 않은 그야말로 스켈레톤의 신급 선수인데요. 윤성빈이 마침내 이 선수를 추월하며 2017-2018시즌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IBSF) 월드컵 순위(세계 랭킹) 1위(랭킹 포인트 1545점)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두쿠르스는 랭키 4위(랭킹 포인트 1440점)를 차지 하였습니다.




2014년도 이후 윤성빈의 비약적인 성장이 눈에 띄는데요.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한국스포츠개발원의 과학적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스켈레톤의 성적은 초반 스타트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경기 시작과 함께 썰매를 밀고 나가면서 타기전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를 내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이러한 초반 스타트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도록 윤성빈의 하체 근육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윤성빈 선수의 100m 구간 기록은 이러한 집중 훈련 덕분에 2016년까지 11초 64 였지만 2017년에는 11초 06을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윤성빈 하체의 좌우 힘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 허벅지 앞근육 대비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비율도 높이며 밸런스를 끌어 올렸습니다. 


이외에도 1차시기에 좋은 기록을 내다가도 2차시기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이브레이션(Vibration) 훈련(30초동안 기계에서 전신을 떨게하여 신체의 회복력을 높여주는 효과)훈련을 통해 이것을 보완하면서 윤성빈 선수는 입문한지 5년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서게 된 것입니다.


스켈레톤 경기는 하루에 2차례씩, 2일에 걸쳐 총 4차례의 경주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데요. 그만큼 숫자상으로는 미비해 보이는 시간차이가 4차례에 걸쳐 누적되면 메달의 향방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5차 대회에서 윤성빈 선수는 2위에 오르며 은메달을 차지 했는데요. 당시 1위로 금메달을 차지한 마르틴스 두크르스 선수의 1,2차 합계 기록이 2분 15초 70 였으며 윤성빈 선수는 2분 15초 73 으로 불과 0.03초(백분의 3초) 차이로 메달색이 달라졌습니다. 


윤성빈 선수가 출전하는 평창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남자부 경기 장소는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이며 경기 일정은 2월 15일~2월 16일 인데요(참고로 여자부 경기 일정은 2월 16일~2월 17일 입니다.). 둘째날인 2월 16일 4차 레이스가 끝나면 최종 순위가 결정되며 메달 수상자도 결정됩니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윤성빈 선수의 메달 색깔과도 직결된 스켈레톤 경기의 관전 포인트(관전 팁)는 크게 2가지 입니다. 바로 초반 스타트 기록(초반 45m까지의 기록)과 주행 능력(코스 적응력) 입니다.



먼저 스타트 기록 인데요. 초반 스타트 기록에서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에 따라 전체 레이스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초반 스타트 기록과 레이스를 마쳤을 때의 최종 기록의 연관성이 대단히 높기때문에 초반 스타트를 얼만큼 빨리 하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키가 됩니다.


특히 평창 썰매 트랙의 전체 길이는 1,659m 이지만 스켈레톤 트랙의 실제 경기 구간 길이는 1,376.38m로 일반적인 국제 트랙이 1,400m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짧기 때문에 초반 스타트 기록이 더욱 중요합니다.



마르틴스 두크르스 선수와 윤성빈 선수의 이전 대결 기록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단, 월드컵 대회여서 2차 시기(RUN 2)까지만 합산 되었으며 평창 올림픽은 4차 시기(RUN 4)까지의 시간 기록 합산으로 순위를 결정합니다. Start 기록을 보시면 1차,2차(RUN 1, RUN2) 시기 모두 우리의 윤성빈 선수가 앞서 있습니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이 주행 능력(코스 적응력) 입니다. 초기 스타트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전체 레이스가 끝나는 순간까지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특히 직선 구간 보다는 곡선 구간(커브 구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시간 단축의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앞서 첫번째 포인트인 '스타트' 기록에서는 윤성빈 선수가 두쿠르스 선수를 모두 앞섰습니다. 하지만 코스를 모두 완주한 뒤의 최종 기록(Time)은 두쿠르스 선수가 2회 모두 1위를 차지하며 2위 윤성빈 선수와는 최종 합계 0.11 의 시간차이를 벌리며 최종 1위(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커브 구간에서 벽에 많이 부딪힐수록 속도는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곳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기록차이는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켈레톤은 선수의 어깨와 무릎, 발가락 등을 미세하게 사용하여 속도와 방향을 컨트롤하기에 이러한 커브 코스에서 어떠한 주행 능력(코스 적응력)을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평창 스켈레톤 트랙에는 모두 16개의 곡선(커브) 구간이 있는데요. 9번 커브 코스(구간)가 '악마의 코스'라고 불리울 정도로 난코스여서 경기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입니다. 9번 커브 코스 이후에 바로 연결되는 10번~12번 코스가 직선 코스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휘어져 있는 구간인데요.


10~12번 코스를 무난히 통과하기 위해 9번 커브 코스에서 속도를 줄이면 이후 가속도가 잘 붙지 않게 되고 반대로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9번 커브 코스를 빠르게 통과하는면 10~12번 코스의 컨트롤이 어려워지면서 벽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느려도 너무 빨라도 전체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코스인 것입니다.


주행 능력(코스 적응력)은 아무래도 실제 해당 트랙을 자주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윤성빈에게 세계 랭킹 1위를 내주기 전까지 8년동안 무적의 선수로 군림하며 각종 세계 대회를 석권한 마르틴스 두쿠르스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피과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서 모두 은메달을 차지하며 유독 올림픽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두 번의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자라 불리우는 두쿠르스를 무너뜨리며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모두 해당 올림픽 경기가 열린 개최국 캐나다와 러시아 선수였습니다. 그만큼 홈 어드밴티지를 무시할 수 없는 경기가 바로 스켈레톤 이기도 한 것입니다.


윤성빈은 이러한 개최국 선수의 잇점을 살리기 위해 8차 월드컵을 앞두고 조기 귀국을 선택하며 1월부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약 400회의 스켈레톤 홈 트랙 주행 연습을 마치며 코스 적응을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초반 스타트 기록과 코스 적응력(주행 능력)이 스켈레톤 경기를 보는 주요 관전 팁(포인트)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윤성빈 선수의 경우에는 경기 출전시 슈퍼 히어로인 '아이언맨'을 모티브로 한 헬맷을 쓰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소소한 볼거리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스켈레톤 3,4차 주행은 2월 16일 설날에 열리게 되는데요. 윤성빈 선수의 뛰어난 신체 조건(허벅지 63cm (24.8인치)에서 나오는 순발력과 초반 스타트 기록, 그리고 개최국 선수로서 400회의 스켈레톤 트랙 연습을 통해 주행 능력(코스 적응력)을 마친 점, 최근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한 극강의 컨디션, 최대 라이벌(경쟁자)인 마르티스 두크르스의 최근 경기력 저하와 올림픽 노골드 징크스등으로 인해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윤성빈 선수는 썰매 종목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스켈레톤 종목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며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는데요. "스켈레톤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던 그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의 금메달 리스트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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