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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민은 룰라 시절 절정의 인기를 얻었지만 사업 실패로 약 70억(혹은 69억)원이라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 것으로 유명한데요.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상민 보다 대략 6배에 가까운 400억원의 빚을 하루 아침에 지게 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유자와 츠요시(湯澤剛, ゆざわつよし, Yuzawa Tsuyoshi, 쯔요시 or 쓰요시, 1962년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출생)입니다. 일본내 명문 와세다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후 기린 맥주회사에 입사, 국내 영업과 해외사업부등에서 활약하며 장래가 촉망받는 샐러리맨 이었는데요.



1999년, 요식업(이자카야) 회사를 창업·운영하던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하며 그역시 얼떨결에 회사를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대학졸업 후 12년간 직장인 생활만 한 유자와는 생전의 부친으로부터 사업에 관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으며 요식업계 경험이나 회사운영 경험도 전혀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자와가 본의아니게 상속받은 요식업 회사 '유사와(湯佐和, ゆさわ)'는 당시 33개의 점포를 보유,연매출 20억엔(한화 약 200억원) 올리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부채가 연매출의 2배인 40억엔(한화 약 400억원)이라는 감춰진 진실은 상속이 끝나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샐러리맨 유자와는 하루아침에 400억원 빚더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였고 매일 매일 빚독촉에 시달리면서 육체와 정신은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승강장에 진입하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2015년(일본) '어느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라는 자신의 얘기를 출간한 유자와 츠요시>


한동안 우좡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던 유자와는 다음해인 2000년 봄, 이대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돌파를 위해 우선 자신이 거주하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점포인 '토츠카점(戸塚店)'부터 매장 리뉴얼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까지도 요식업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는 '제로(0)' 였지만 일단 시작해보자고 결정하였습니다.스스로 5년이라는 기한을 정한후, 그때까지 해봐도 안될 경우 모든 것을 포기하며 그대신 그전까지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주위에서는 400억원의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필요하며 회사의 재무상태를 정상화시키려면 최소 2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유자와 츠요시는 어쨌든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5년간은 무슨일이 있어도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경쟁사와 비교시 자사 점포의 단점이 무엇일까를 집중적으로 고민한 유자와 사장은 당시 경쟁사들이 추구하는 2,30대 타겟의 별실로 구분되는 이자카야로 리뉴얼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원래 충성도가 높았던 5,60대를 타겟으로 다시 매장 리뉴얼을 감행하였습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2,30대 타겟의 매장 리뉴얼에는 비용투자가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외부 경쟁에치우치지 않고 내실을 기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매출 하락이 반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성 고객은 점포선택에 여러가지를 신중히 고려하지만, 남성고객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방문했던 곳이 큰 문제만 없었다면 습관적으로 다시 찾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자와 사장은 점포 직원들에게도 반드시 넘버원(업계 최고)이 될 필요는 없다고 전파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자와 사장의 이러한 전략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점포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또한 점포수도 구조조정을 단행하였습니다. 요식업계는 매장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상 그것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크다고 생각, 일부 매장은 부동산 임대로 전환시켰습니다.


이자카야 특성상 손님들을 늘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것 역시 매출과 직결된다고 생각, 전 점포의 직원들을 다 보살핀다는 각오로 직접 발로 뛰며 소통을 시작하였습니다. 회사와 대표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과 애사심이 커지면서 나중에는 직원들이 너무 사소한 고민까지 털어놓으면서 "내가 아빠는 아니잖아~"라는 말까지 직원들과 농담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회사가 조금씩 다시 살아나려고 할때 광우병 사태가 터지기도 하고 신뢰하던 직원이 세상을 떠나고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하여 신문에 보도되고 멀쩡한 점포에 화재가 발생하는등 헤아릴 수 없는 고난이 계속해서 찾아왔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유자와 스스로 약속했던 5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고 사장으로 부임한지 16년이 지난 2015년, 마침내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빚의 대부분을 갚게 되었습니다. 36세에 빚더미 회사의 사장이 된 유자와는 어느새 쉰을 훌쩍 넘었습니다.




오자와는 빚을 갚는 16년동안 자신에게 끊임없이 찾아온 고통에 대해 세상을 원망하며 증오하였지만 그것이 끝나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인생에는 부조리한 일이 너무 많다. 그런 일만 생긴다고 여겨지는 날도 많다. 하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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