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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이상의 모임에서 점심값, PC방 게임비, 술값, 간식비등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너무 크지만 않다면 소소한 재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내기(영어로는 Bet)' 입니다. 여기 10년 후 미래에 대해 누가 더 정확히 예측 할 수 있는지 '내기'를 한 두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생물학자인 파울 에를리히(Paul R. Ehrlich, 1932년 출생)와 미국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Julian L. Simon, 1932년~1998년)이 바로 주인공 인데요. 1980년, 두 사람은 10년 뒤 미래인 1990년 5가지 광물 가격이 현재(1980년)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될지 내기를 하였습니다.


<파울 에를리히(왼쪽)와 줄리언 사이먼(오른쪽)>


내기로 각자 건 금액은 1만 달러(당시 1만 달러면 현재 가치로 대략 5만 달러. 한화 약 5~6천 만원) 였습니다. 5가지 광물(니켈, 주석, 크롬, 구리, 텅스텐)의 미래 가격에 대해 파울은 '가격 상승', 줄리언은 '가격 하락'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생물학자인 파울 에를리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광물도 마찬가지이므로 캐낼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광물의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가 줄지 않은 이상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라며 멜서스식 비관론을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경제학자인 줄리언 사이먼은 "자원이 줄어들면 희소성때문에 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가격의 압박이 생길때마다 인류는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자원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게 되고 가격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내기는 흔히 '희소성의 사고'와 '풍요의 사고'로 알려지기도 하였는데요. 10년이 지난 뒤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가 이겼을까요?? 1990년, 5가지 광물의 가격은 모두 떨어졌고 심지어 어떤 광물은 절반 이하의 가격까지 떨어졌습니다.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의 '가격 하락'이 적중한 것입니다. 만약 생물학자인 파울이 이겼다면 나름 경제분야의 전문가인 줄리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경제에 관한 내기에서 경제학자가 이긴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당사자인 줄리언 사이먼은 10년동안 가슴을 졸이진 않았을까요?



심지어 내기를 걸었던 1980년~1990년 사이에 세계 인구는 8억명이나 증가하였는데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 증가폭을 기록한 시기였습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 즉 수요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떨어졌던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든,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직접 쇼핑을 하든 보다 더 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절대불변의 법칙인데요. 파울 에를리히와 줄리언 사이먼의 내기는 이러한 사람들의 더 싼 것에 대한 욕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건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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