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작년말, 아주대 병원 이국종 교수가 판문점 귀순 북한 병사 치료에 관한 브리핑도중 응급 환자가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역 외상 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호소하면서 전국민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많지만 바로 대응할 만한 응급 구조 체계가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구급차에 실려온 응급 환자에게 '1만 7천원 미납' 이력을 발견하고 접수를 거부한 병원 직원에게 금고 1년의 실형이 선고 되었습니다.



A씨는(당시 57세) 2014년 8월 8일 새벽 4시 15분께 갑작스럽운 복통과 오한때문에 서울 중랑구 한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병원 야간 원무과 직원인 B씨(당시 25세) 는 A씨를 응급환자로 접수하는 과정에서 과거 진료비 1만 7천원을 미납한 기록을 발견, A씨에게 미납 진료비와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면서 접수를 거부하였습니다.



병원측에 따르면 응급환자 A씨는 약 2달전 술에 취한 채 해당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영양제를 맞았지만 폭력을 행사하며 스스로 링거를 뽑고 병원비 1만 7천원을 내지 않은채 사라진 이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A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스스로 내려서 응급실에 걸어 들어갔고, 이후 약 20분에 걸쳐 응급실과 대기실을 오가며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이후 접수 거부를 통보 받아 가족에게 연락을 하였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응급실 근무 의사의 정식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약 5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머물렀습니다. 



같은날 오전 9시 20분경 갑자기 A씨가 구토를 하며 응급실 의자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 응급 처치에 들어갔지만 심정지에 의한 의식불명에 빠졌고 3일 만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망 이후 부검과 의사 감정 진행 결과, A씨가 응급실에 실려 올 당시 급성 복막염 (범발성 복막염)이 진행중이었으며 이것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 지어 졌습니다.



사망이후 병원 관계자는 "A씨가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은 맞지만, 병원 도착 당시 스스로 돌아다닐 정도로 응급 상황이 아니었고 과거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어 가족(보호자)을 불러달라고 한 것" 이라며 "이 같은 결과가 초래돼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망 사고 발생 당시, 1만 7천원 미납으로 인한 응급환자 접수 거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논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접수를 거부한 야간 원무과 직원 B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에서 "당시 A씨 상태가(응급실 도착후 스스로 내려서 걸어 들어왔고 응급실과 대기실을 오간 사실 관련) 응급 환자라 판단하기 어려웠고, A씨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가능성이 없었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응급실을 찾아온 이상 응급환자인지 판단은 의사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접수 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B씨가 환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병원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진료 접수를 거부해 응급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결국 사망하게 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실형 판결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판결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1만 7천원" "미납액이 몇 억인 줄" "미납 환자들이 많아 원무과 직원이 너무 예민해 진듯" "병원 직원이 목숨 보다 병원 원칙만 앞세운 결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B씨가 만약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알았다면 사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응급의료비 대불제'는 응급실 내원 환자가 돈이 없을 경우, 일단 진료를 받고 국가가 환자 대신 병원비를 낸 후 1년 안에 환자 및 가족 등이 국가에 이를 갚는 제도 입니다.



환자는 진료 전 원무과에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이용하겠다고 얘기한 후 응급 의료비 미납확인서를 작성하면 되는데요. 하지만 1995년부터 20년이 넘게 시행중인 이 제도는 정작 병원측이 응급 환자에게 안내(소개)를 꺼려하면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고 있습니다.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이용할 경우, 진료비 입금에 최소 2달 이상이 걸리고 만에 하나 응급의료비를 대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급을 거부해 버리면 병원측에서는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응급의료비 대불 지급 거절 비율은 평균 16%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급의료비 대불제'를 안다는 환자의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병원 응급실의 경우, 실제로 응급 환자들이 진료를 받은 후 스스로 링거를 뽑고 진료비를 내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가 끊임없이 드나드는 응급실의 특성상 병원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