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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할때는 우선 무엇을 먹을지 메뉴 선정부터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민끝에 주문을 한 음식이 나오지 않고 엉뚱한 음식이 나오면 기분이 어떨까요? 여기 주문대로 음식이 나오지 않고 마치 뽑기처럼 랜덤(불규칙)하게 음식이 나오지만 손님들은 불평없이 오히려 즐겁게 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주문을 틀리는 식당'은 입구 간판 글자부터 틀리면서(?) 그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이 식당은 일본의 「주문을 틀리는 식당(주문 실수가 많은 식당)」 입니다. 식당 이름부터 아예 드러내놓고 제대로 된 주문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레스토랑(식당)처럼 주방에선 셰프들이 멋지게 음식을 만드는 곳인데요.



주문을 받는 홀서빙 직원들이 조금 특이합니다. 모두 백발이 성성하고 「주문을 틀리는 식당(주문 실수가 많은 식당)」이 새겨진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들은 모두 '치매(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분들 입니다.


아시다시피 '치매(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이 점진력으로 퇴행하면서 뇌에 이상이 발생,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심각한 지적 기능의 상실을 가져오는 증상입니다. 식당 이름이 「주문을 틀리는 식당(주문 실수가 많은 식당)」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직원 노인분들은 모두 치매(알츠하이머) 환자로서 홀로 생활하는 것은 힘들기에 대부분 요양원이나 복지센터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이분들이 사회 구석으로 내몰리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일본에서 기간한정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바로 「주문을 틀리는 식당(주문 실수가 많은 식당)」입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이러한 사연을 알고 식당을 방문하지만 얘기치 못한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손님의 주문을 받기위해 테이블앞까지 와서 갑자기 무엇때문에 왔는지 잊어버리면 손님이 노인분께 "주문 받으러 오신거죠?"라고 물어 보면서 주문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메뉴 주문은 손님이 직접 종이에 적어 노인분께 전달하며 진행됩니다. 주문을 함께(?)하는 순간부터 직원(노인분)과의 소통이 시작되며 '정말로 주문한대로 요리가 제대로 나올까?' 하는 두근거림과 함께 요리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문한 요리가 틀리지 않고 제대로 나왔을 때 안도감 보다는 오히려 뭔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주문을 받는 노인분들은 평소 해보지 않은일에 긴장도 되지만 손님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치매노인분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주문을 틀리는 식당(주문 실수가 많은 식당)」은 전문 요리사(셰프)가 요리를 하고 방송국이나 광고홍보대행사등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비영리로 운영 됩니다.


치매노인과 함께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방송국PD가 기획·집행하였는데요. 그는 "몇년전 치매환자 전문 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촬영당시, 그분들이 장보기, 요리, 청소, 빨래등을 직접 다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촬영중에 저희들을 위해 음식도 만들어 주셨는데요. 어느날은 햄버거를 만들어 주신다고 했는데 만두가 나온거에요. '오늘 햄버거 만들어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라는 말을 하려다가 문득 하지 않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지금 이 상황을 '모두가 함께 느끼고 이해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률과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의 폭을 넓히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실수를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오히려 그 실수를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지나갔습니다. 이런 새로운 가치관이 이번 이상한(?) 레스토랑을 탄생시켰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곳의 치매 노인 직원들은 모든 것을 보통 사람들처럼 다 제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주변 스텝이나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귀찮다거나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함께 '소통'한다는 소중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치매 노인에 대해 때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매 당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자유를 박탈당하고 관리 대상이 됩니다.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사람 역시 가족이나 행정담당자로부터 '사고를 내게하면 안된다'라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게 되면 결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되어버리기 쉽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얘기만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도 어려운 난감한 문제입니다. 그럴때 우리들이 '조금 실수하면 어때. 그럴수도 있지' 라고 관용의 폭을 넓힌다면 치매 노인과 소통하는 '설레임'을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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