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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로 유명한 SBS 대표 시사 고발 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중간에 잠시 중단된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수많은 화제와 이슈를 낳으며 방송되고 있는데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뉴스타파 '목격자들'등에서 일했던 방송 작가가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부조리를 만들고 있다며 방송계 내부의 갑질 상황을 고발하는 폭로성 글을 쓴 것이 알려지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방송국 작가들의 구인·구직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KBS 구성작가 협의회'의 자유게시판에는 자신을 방송 작가라고 밝힌 익명(A씨)의 '내가 겪은 쓰레기 같은 방송국, 피디(PD)들을 고발합니다' 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KBS구성작가협의회 '자유게시판'중 해당글 링크 : http://www.kbswriter.com/free/418382



A씨는 "내부고발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 구작협(구성작가 협의회) 분위기 변화에 힘입어 글을 올려 봅니다. 일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 년간 방송계에서 작가의 일을 하며 겪었던 부조리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라며 자신이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습니다.


A씨는 2016년도에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적기 시작하였는데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신이 방송일을 하면서 만난 최악의 프로그램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6주 간격으로 팀별로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첫 주만 10시 출근, 7시 퇴근을 했고 나머진 밤낮도 주말도 없이 24시간 대기 체제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업무도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커피, 밥 심부름이 주된 업무였다고 합니다. A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담당 피디에게 항의를 하였지만 PD는 오히려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작가를 원하는 데야. 그렇게 똑똑하게 굴거면 여기서 일 못해. 다들 그렇게 일해왔고, 그게 여기의 규정이야" 라는 핀잔만 들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적폐 청산을 부르짖을 때마다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뉴스타파의 '목격자들'도 놀라운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면접때도 합격통보시에도 급여(페이)를 알려주지 않아 출근 첫 날 이것에 대해 물었고 담당피디는 "공중파처럼 120만원은 못 줘"라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공중파의 막내작가 임금(페이)가 약 140만원, 최저임금은 126만원이었는데 이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정규직 피디(PD)들은 권력자다'라며 담당 피디들에 대한 폭로도 이어갔는데요. "야, 너는 그래서 정규직이 안 되는 거야" "야,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겠냐?"라며 폭언을 일삼던 EBS 피디, 술을 마시고 회의에 참석하며 미안한 기색은 커녕 오히려 당당했던 KBS 피디등과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마치 절대 권력자처럼 행동하는 피디(PD)들의 갑질을 폭로 하였습니다.


물론 좋은 피디들도 많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이 데리고 있는 막내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오히려 '내부 규정' 혹은 '내규'라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습니다.



A씨는 방송계의 부조리한 근로 환경에 강한 의문을 품고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로 근무했던 당시고용노동부에 온라인 신고 접수를 하였지만 고용노동부 소속 조사관은 "방송 쪽은 제대로 처리가 안될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다면 조사 받으러 한 번 나와요." 라고 연락해 왔다고 합니다. 왜 방송쪽은 처리가 잘 안되느냐고 반문하자 조사관은 성의 없는 목소리로 '관례'라고 말했으며 A씨는 결국 조사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당한 대우, 과도한 스트레스등은 방송계도 예외는 아닌데요. 지난 2008년 SBS '긴급출동 SOS 24'의 보조작가는 방송국 본사 23층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였는데 당시 경찰은 자살 원인에 대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추정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인 이한빛PD도 자살하며 충격을 주었고, 최근에는 tvN 드라마 '화유기'의 스태프 역시 새벽에 세트장에서 샹들리에 작업도중 추락하여 척추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혹사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폭로글을 작성한 A씨는 마지막 부분에 "가끔 나는 생각한다. 전태일 열사처럼 내 몸에 불이라도 지르고 방송국 앞을 뛰어다녀야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까, 방송 노동자의 처지가 개선될까 하고. 아직 용기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외면한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라고 주장하였는데요.




A씨의 내부 폭로·고발글 이후, KBS구성작가협의회의 자유게시판에는 비슷한 고발성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을 10년차 작가라고 밝힌 또 다른 방송 작가는 자유게시판에 "우스운 일입니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것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 싶다던 작가의 본질은 어디다가 내 팽개치고 동료들, 후배들의 절규에 제 체면부터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니요." 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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