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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 메달은 주로 쇼트 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그리고 김연아(=피겨 스케이팅)에게만 집중되어 있었고 그외 종목에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썰매종목인 스켈레톤(윤성빈 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 은메달)에서도 메달을 수확하며 종목의 다양성에서도 성공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썰매 종목은 특히 외국 선수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기만 바빴는데요. 이러한 척박한 환경속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발굴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며 대한민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썰매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사람이 바로 강광배 입니다.



강광배(1973년 7월 29일 전북 남원 출생)는 전직 썰매 선수로 동계 올림픽 최초로 썰매 3종목(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에 모두 출전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자 썰매 팀 감독을 맡고 있으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썰매종목 MBC 해설위원을 맡으며 "가! 가!! 가!!!"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하였습니다.



강광배는 원래 알파인 스키선수였지만 전주대학교 3학년 때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1995년부터 썰매 선수로 전향하였습니다. 1995년 루지 종목이 무릎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강습회에 참석하였고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여 2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998년 이기로, 이용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 루지 국가대표로 선발된 강광배는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3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좀 더 체계적인 썰매 종목 공부를 위해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루지를 배우며 스포츠마케팅 박사과정까지 마쳤지만 무릎부상과 함께 지도자와의 마찰로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당시 국제루지연맹의 지원을 받은 강광배와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미 해외지도자로부터 한발 앞선 훈련법을 받고 있었는데 한국대표 코치들은 그때까지도 정신력 강화라며 구태의연한 기합(얼차려) 방식의 훈련을 고수하며 마찰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루아침에 루지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했지만 강광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스켈레톤에 도전하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에는 스켈레톤 연맹이 없었기때문에 강광배는 오스트리아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야만 했습니다.



강광배는 국제스켈레톤연맹 심판위원장과 직접 면담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기 위한 방법을 물었고 강광배가 자비를 들여 국제스켈레톤연맹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대한민국도 연맹 가입국이 되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참 알 수 없다는 것이 루지 종목 국가대표에서 제명된 것이 후에는 동계 올림픽 최초이자 유일하게 썰매 3종목(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출전이라는 기록을 만든 원동력이 되게 된 것입니다.



협회 구성 역시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가 모두 썰매 종목이지만 국제루지연맹(FIL)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하나로 뭉쳐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으로 되어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동일하게 조직이 되어 있습니다. 




만약 썰매 3종목(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이 모두 통합된 1개의 조직으로 운영되었다면 강광배는 루지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되는 순간 더 이상 썰매 종목 선수로 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강광배는 연맹 구성과 동일하게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병행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봅슬레이 썰매도 없어서 외국 선수들이 탔던 중고 썰매를 빌리고 선수들을 가르칠 지도자도 없어서 국제연맹 관계자나 다른 나라 코치들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훈련을 하였습니다.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 참석하였고 2010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종목에서 결선까지 진출하며 19위를 기록하였으며 이것을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였습니다. 비록 올림픽 포디움(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세계 최초로 동계 올림픽 썰매 3종목에 모두 출전한 선수로 기록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대표팀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이 기간동안 운영비를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하였지만 부족한 재정을 오히려 강광배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충당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스포츠 디렉터로 위촉되었으며 같은해 역대 최연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됐습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2012년부터 한국체육대학교 정식 교수이자 썰매 팀 감독을 맡았습니다.



국가대표팀 선수 겸 감독 시절, 부족한 지원속에서도 전국 각지의 학교를 돌며 봅슬레이 강의를 하면서 가능성이 보이는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국가대표팀을 만들어 갔습니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대한민국은 썰매 종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였고 그에 따라 선수들의 실력도 상승하였습니다.



2012년 강광배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한 선수중의 한명이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 선수입니다. 당시 윤성빈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요. 당시 기본 테스트에서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잘 탈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강광배 교수는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팀으로 윤성빈 선수를 데려가 기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숙식을 하였습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윤성빈 선수는 3개월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였고 한국체대에 입학하며 믿을 수 없는 성장을 이어나갔다고 합니다.



강광배의 현역 시절 별명은 '외로운 늑대'였다고 합니다. 영화 '쿨러닝(Cool Runnings. 1993년 미국 개봉. 1994년 한국개봉. 열대 섬나라 자메이카 선수들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도전기)'이나 이번에 평창 올림픽 스켈레톤에 참가한 가나 선수처럼 그도 역시 현역시절에는 자국의 관심을 받지 못한 외로운 존재였는데요.




하지만 그는 연맹이 없다면 만들고 선수가 없다면 직접 발로 뛰면서 찾아다니고 장비가 없다면 빌리면서까지 썰매 종목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이어나갔습니다. 그 어떤 것도 썰매 종목 개척의 브레이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썰매 종목에서 보여준 열정이라는 씨앗이 서서히 대한민국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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