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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아침 식탁에 베이컨과 달걀(특히 반숙인 써니사이드업), 우유등이 올라와 있는걸 자주 보게되는데요. 미국인의 아침 식사가 이렇게 바뀌게 된 건 이 사람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ernays, 오스트리아 빈 출생, 1891년 11월 22일~1995년 3월 9일) 입니다. 버네이즈는 'PR의 아버지' 또는 '마케팅의 대부'라고 불리우는 유명한 레전드 미국 홍보 컨설던트 인데요.



그는 정신분석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이기도 했는데요.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홍보(마케팅)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합니다. 1920년대 미국의 아침식사는 빵과 오렌지 쥬스(혹은 커피)가 단골메뉴로 간단하게 먹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베이컨(Bacon)을 판매하는 기업이 크게 4개 정도 있었는데, 그 중 비치넛 패킹(Beechnut Packing)이란 회사가 매출 하락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비치넛 사장은 버네이즈를 찾아가 업계 꼴찌인 자신의 회사를 살려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경쟁 회사를 제치고 업계 1위가 되는 것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시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베이컨은 친근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미국내 의사들을 통하여 하루 중 아침식사가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을 통해 아침식사로는 베이컨과 계란등의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권위있는 의사들과 전문가들이 아침식사를 강조하고 든든한 단백질 식품을 추천하자 미국인들의 인식도 서서히 변화되면서 그들의 식탁에는 커피와 빵대신 베이컨과 달걀, 우유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침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긴 하지만 아침 메뉴가 반드시 베이컨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버네이즈는 자연스러운 여론몰이를 통해 미국의 아침 식사 메뉴를 바꿔버린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베이컨은 지방이 많아 비만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말이죠.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이렇듯 제품에 대한 직접 광고보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며 수요를 창출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요. 베이컨 외에도 그가 수요 시장을 바꿔놓은 일화는 다양합니다.



1920년, 머리망 제조업체인 '베니다 헤어넷(Venida Hair Net)'은 그에게 머리망 제품의 판매 증가를 의뢰하였습니다. 1911년 뉴욕 트라이앵글 의류공장 화재로 인해 미국사회는 '안전'이 큰 이슈였습니다.




에드워드 버네이즈는 이것에 주목,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머리를 풀어 헤치고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전개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여성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머리망을 구매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은 전국적인 유행이 되었으며 일부 주(州)에서는 여성 근로자의 머리망 착용을 법적으로 의무화 시키기도 하였습니다.



1897년 출시된 아이보리 비누는 '물에 뜨는 비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너도 나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엄청난 인기는 금방 시장의 포화상태를 가져왔고 P&G는 버네이즈에게 의뢰를 하게 됩니다.


버네이즈는 당시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가 집에 오면 깨끗이 씻어야 하지만 그것을 매우 귀찮아 하고 싫어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아이들의 비누 사용 횟수를 늘리면 판매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포화 상태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가 고안해낸 방법은 '비누 조각품 경연대회' 였습니다. 처음에는 전문 예술가들만 참가를 받아 대회를 개최,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순회 전시를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비누 조각품이 예술품인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대회부터 초등학생까지 참가 자격을 넓혔고 예술가들만 참가할 수 있었던 대회에 아이들도 참여가 가능해지자 부모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자녀들을 참가시켰습니다. 아이들 역시 목욕하면서 가지고 놀수도 있고 조각하기 쉬운 부드러운 재질에 환호하였습니다.



1928년에는 담배회사인 아메리칸 토바코의 힐(Hill) 사장이 그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담배는 남성만이 누리는 문화로 인식되고 있었는데요. 버네이즈는 이것을 여성의 인권과 결합시켜 여성에게도 담배 필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자유의 횃불' 운동으로 승화시키며 또 한번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네이즈의 아내는 폐암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훗날 자유의 횃불 캠페인을 성공시킨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1960년대에는 금연 운동 변호사의 일을 돕기도 하였습니다.




버네이즈는 자신의 철학을 담아 <프로파간다(Propaganda, 1928)>라는 책을 출간했는데요. 이 책은 현대 마케팅의 바이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상품이 팔리는 환경, 즉 '집단 습관'을 끌어내는데 주력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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