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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퍼펙트 게임이란 9이닝 동안 단 한명의 타자에게도 1루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경기를 말합니다. 9회 2아웃까지 퍼펙트를 기록, 단 1개의 아웃카운트만 남겨둔 상황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퍼펙트 기록을 날려버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투수가 있습니다.



2010년 6월 2일(현지시각),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Armando Galarraga)는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출전, 9회 2아웃까지 26타석 타자들을 모두 벤치로 돌려보내며 퍼펙트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타자는 1,2루 사이 땅볼을 쳤고 1루수가 공을 잡는 사이 투수 갈라라가는 1루로 베이스커버를 들어갔습니다. 1루수로부터 공을 받아 베이스터치까지 깔끔하게 처리하며 드디어 퍼펙트 게임이 달성되려는 순간, 1루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해 버립니다.



1루 베이스를 밟는 투수 갈라라가와 타자의 타이밍 차이가 커서 구분하기 힘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차례 반복된 중계화면에서도 명확한 아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1루 심판이 헷갈리거나 오판할 수 있는 간발의 차이도 아니었던 것이죠.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으로 퍼펙트 게임이 날아가자 디트로이트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은 강력하게 항의를 하였습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2014년 도입됨)도 도입되지 않던 시기라 항의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고 결국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퍼펙트 게임은 1876년부터 시작되어 14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에서도 단 23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그야말로 레전드중의 레전드 기록인데요. 정작 심판 오심으로 억울하게 퍼펙트 경기를 날려버린 당사자인 투수 갈라라가는 허탈한 웃음만 지을뿐 이었습니다.




갈라라가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 결국 1피안타를 기록하며 완봉승(3:0 디트로이트 승리)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위대한 기록이 오심으로 날아가버린 소식은 전 미국을 강타하였습니다.



1루 심판 짐 조이스(Jim Joyce)는 경기 후 자신의 판정이 잘못되었다며 오심을 인정하며 갈라라에게 사과하였지만 여론과 디트로이트 팬, 상대팀인 클리브랜드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하여야 했습니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백악관까지 직접 나서며 갈라라가의 기록을 퍼펙트 게임으로 정정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MLB 사무국은 거절합니다.



오심 다음날, 짐 조이스는 심판 배정 순번에 따라 전날 1루심에서 주심으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에 출장하였습니다. 여론의 비난 세례와 백악관까지 나선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조이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경기 시작전, 양팀 감독이 주심에게 라인업 카드(출전 선수 명단)를 전달하는 순서에서 이날은 전날 비공식(?) 퍼펙트를 기록한 투수 갈라라가 나와 카드를 전달하며 주심 조이스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투수 갈라라는 전날부터 극심한 마음 고생을 했을 심판 조이스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였고 경기장의 관중들도 환호와 격려를 해주게 됩니다. 결국 짐 조이스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고 쉽사리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갈라라가는 어이없게 심판의 오심으로 퍼펙트 경기라는 위대한 기록을 날려버렸지만 그의 성숙한 대처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소속팀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  GM (제너럴 모터스)은 이런 그에게 스포츠카를 선물하였습니다.




갈라라가는 그해 ESPYS(분야별 최고의 인상을 남긴 선수나 팀을 뽑는 시상식)에 후보로 참석, 짐 조이스와 다시 한번 악수를 나누었고 그 해 야구부분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었습니다.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수상소감으로 "홈런을 안 맞는 투수도 없고,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도 없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오심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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