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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팀추월(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경기는 노선영 선수를 왕따 시켰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김보름·박지우에 대한 선수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 처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지며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당 청와대 청원은 60만명을 돌파하며 빙상연맹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이 얼마나 큰 지알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빙상연맹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선수 경기복을 교체한 사실과 관련,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빙상연맹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복으로 휠라(FILA)가 제공하는 '컨펙스' 유니폼을 사용했습니다. 휠라는 2012년도부터 빙상연맹의 유니폼을 제작 및 후원하였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니폼을 위해 2년 전부터 제작에 착수해 지난해 7월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빙상연맹은 지난해 4월, 갑자기 휠라 경기복 이외에 새로운 경기복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빙상연맹은 당시 휠라 유니폼에 대해 국가대표 선수들의 불만이 잦았고 품질적인 문제도 많았기에 새로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2015년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이승훈 선수가 매스스타트 전용 경기복의 지퍼 부분이 손상돼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고 2016년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의 유니폼이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연이은 유니폼 손상에 대해 휠라측은 제품의 품질 문제보다는 빙상연맹의 근본적인 책임이 더 크다는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승훈 선수의 경우, 당시 빙상연맹이 매스스타트 경기에 방탄 소재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는 대회 규정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대회 2주전 휠라측에 유니폼 발주를 급하게 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보통 빙상경기에 사용되는 유니폼의 제작 기간은 짧게는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되는데 이승훈 선수 유니폼의 경우에는 2주라는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승훈 선수 역시 경기전 사전 테스트도 없이 실제 경기에 출전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최민정 선수의 경우, 경기도중 해당 선수가 넘어지며 부상을 당한 상황속에서 유니폼이 찢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빙상연맹이 일방적으로 제조사 책임으로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휠라가 제공하는 '컨펙스'는 빙속 최강 네덜란드 국가 대표팀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표팀 선수들이 입는 경기복으로 그 품질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빙상 연맹은 새로운 경기복 선정 작업에 돌입 하였습니다.


기존 후원사인 '휠라'를 배제한 채 '헌터' '미즈노'사등의 경기복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테스트에는 쇼트트랙 선수 4명(심석희, 최민정, 임효준, 서이라)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4명(이승훈, 김민석, 김태윤, 김보름)만이 참여하여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평창 올림픽 빙상 종목 대표 선수단은 27명인데 그중에서 일부인 8명만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그 8명도 일부 파벌 논란이 있는 선수가 포함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날 수 있는 틈을 만들었습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올림픽 3연패를 준비하고 있었던 이상화 선수에게는 테스트 기회가 돌아가지도 않았습니다. 별도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결국 테스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경기복 교체 검토 소식을 듣고 "예전 걸 입고 세계신기록도 세웠고 올림픽 금메달도 땄다. 내년(2018 평창 올림픽)에는 더 중요한 대회가 있는데 (새로운 유니폼의 적응 시간을 감안했을 때) 그냥 예전걸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스트 기준에도 엉성함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한 언론 매체가 선수 평가지를 확인하 바에 의하면 컨펙스(휠라가 제공하던 기존 경기복)에 대한 의견란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으며 양식 옆에 별도로 박스를 그려 넣어 평가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테스트 항목 역시 '공기 저항'등 과학적인 요소는 없었고 오로지 '(착용감이) 잘 잡아준다. 헐렁하다'등 간단한 의견만을 적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새로운 유니폼은 '헌터'가 선정되었습니다.


'헌터'는 주로 네덜란드 실업팀이나 러시아 대표팀등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빙상연맹이 경기복 교체를 결정하자 휠라측은 네덜란드 군사시설에서 자사 제공의 '컨펙스' 경기복과 헌터의 '러버수트'를 비교 테스트한 자료를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테스트 결과, 휠라의 '컨펙스' 경기복이 헌터 보다 공기저항도도 10% 낮고, 무게도 가벼운 것으로(약 35g) 나타났습니다. 공기저항도는 1000분의 1초에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스피드와 직결되는 항목으로 경기복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휠라측의 테스트 결과 공개에도 불구하고 빙상 연맹의 경기복 교체 결정은 그대로 강행(?), 헌터 경기복을 제작및 공급할 후원사 공모 절차에 돌입하였습니다. 후원사가 되려면 당연히 '헌터 경기복 공급 가능 증명 서류'가 필수 사항 이었습니다.



휠라측은 거액의 자금과 공을 들인 컨펙스 경기복이 대표 유니폼에서 탈락하였지만 대한민국내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빙상 국가대표님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 확실시 되었기에 컨펙스 경기복을 포기하고 헌터 경기복 공급을 결정하였습니다.


휠라는 발빠르게 헌터측에 연락을 하였지만 황당한 대답을 듣습니다. 다른 용품은 가능하지만 빙상 경기복은 대한민국내에서 오직 단 한 업체와 이미 독점 계약을 체결했기에 공급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빙상 연맹이 헌터 경기복으로 교체를 결정하기 전부터 헌터 경기복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이미 단 한 곳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경기복은 테스트를 통해 선정하였고 경기복을 공급하는 업체는 공모를 진행하였지만 헌터로 결정되는 순간 독점권이 없는 공급사들은 공모의 의미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헌터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독점권을 소유한 공급사는 바로 '브라보앤뉴'라는 회사로 영화 배급사인 '뉴(NEW)'가 설립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 회사 였습니다. 브라보앤뉴는 '노스페이스'로 대표되는 영원무역과 컨소시엄 형태로 공모에 참여(어차피 다른 업체들은 독점권이 없기에 공모 참가 불가), 후원사로 선정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브라보앤뉴'는 매니지먼트도 겸하고 있는데 그 소속 선수가 바로 파벌 논란이 있는 김보름, 이승훈 선수입니다. 공정한 경쟁을 치뤄야 하는 공모 참가 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가 경기복 테스트에 참가한 것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공정성이 의심되는 여러 정황들이 나타났고 휠라는 지난해 5월 법원에 후원사 공모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법원은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그 피해가 국가 대표 선수들에게 갈 수 있다면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빙상연맹은 그동안 평창 여자 팀추월 왕따 논란뿐아니라 노선영 선수 출전 문제, 심석희 선수 폭행 사건, 국가대표 훈련단 나이 제한, 파벌 논란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기존의 많은 논란과 함께 이번 논란이 어떻게 처리될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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