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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헐리웃 영화에는 주로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영웅)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영국에는 영화사상 최고의 캐릭터라 불리우는 007 제임스 본드가 있습니다.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전 세계 악당들을 거침없이 무찌르는 최고의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가 7살 꼬마앞에서 정체를 감춘 사연이 있습니다.



배우 로저 무어(Roger Moore, 1927년 10월 14일 ~ 2017년 5월 23일)는 숀 코너리와 조지 레이전비에 이어 3대 007 제임스 본드역을 맡았던 영국 배우입니다. 2017년 암 투병 중 스위스에서 타계하며 많은 팬들이 안타까워 했는데요.



로저 무어가 한창 007 제임스 본드로 활약했던 시절, 그를 만났던 청년의 일화가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1983년, 7살 소년 마크 헤인즈(Marc Haynes)는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중 프랑스 니스 공항에서 배우 로저 무어를 만났습니다.



한눈에 007 제임스 본드를 알아 본 헤인즈는 할아버지에게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 그의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로저 무어에게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로저 무어는 흔쾌히 비행기 티켓의 뒷면에 본인의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7살때 로저 무어의 친필 싸인을 받은 마크 헤인즈>


사인을 받아 든 헤인즈는 기쁨도 잠시, 이내 실망한 듯 할아버지께 "제임스 본드가 사인을 잘 못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시 로저 무어에게 다가가 이 사실을 말하자 로저 무어는 7살 헤인즈를 손짓으로 불렀습니다.


<헤인즈가 싸인을 받은 비행기 티켓 앞면(사진 위)와 뒷면(사진 아래)>


로저 무어는 헤인즈에게 "로저 무어라고 사인할 수 밖에 없었어. 아니면 블로펠드(007 시리즈의 악당)가 내 존재를 알아차릴지도 몰라. 나를 본 걸 비밀로 해야돼."라고 속삭였습니다. 그제서야 헤인즈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노년의 로저 무어>


7살 꼬마 헤인즈는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유니세프 관련 촬영 현장에서 유니세프 친선 대사인 로저 무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와의 비밀을 23년 동안 간직해 온 헤인즈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에게 다가가 지난 일을 얘기하였습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6)'에서 본드(로저 무어)와 악당 죠스(리처드 킬)>


하지만 로저 무어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랬나요?? 기억은 나지 않지만 007 제임스 본드를 만났다니 좋았겠네요."라며 짧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렇게 23년전 일은 헤인즈만의 추억으로 끝난 것 같았습니다.




헤인즈는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는 복도에서 로저 무어와 다시 마주쳤습니다. 그는 헤인즈의 옆에 멈춰선 후 주변을 살피더니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니스 공항에서 우리가 만났던 걸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하지만 아깐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어. 그 사람들 중에 블로펠드(007 시리즈의 악당)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역대 007 제임스 본드 - 티모시 달튼(4대. 좌측), 로저 무어(3대. 가운데), 피어스 브로스넌(5대. 우측)>


헤인즈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23년 전 프랑스 니스 공항으로 되돌아가 7살 꼬마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헤인즈가 자신의 트위터(SNS)에 23년간 간직해온 007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와의 비밀을 털어 놓으면서 두 사람의 사연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대 제임스 본드이자 절친인 숀 코너리와 함께>


배우 로저 무어는 12년 동안 7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 역대 최장수 제임스 본드를 맡았으며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에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1대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와 절친한 친구사이기도 하였습니다.




<007 옥토퍼시(Octopussy, 1983)> 촬영으로 인도에 가게 된 로저 무어는 인도 빈민층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하며 각종 봉사 활동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영국은 이러한 그의 공로를 인정하며 2003년 '대영제국 훈장 2등급(KBE)'과 기사 작위를 수여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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