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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인생 또는 삶이 파괴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사건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박진성 시인의 경우, 3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2016년 성폭력(성폭행) 혐의로 36시간만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시인 박진성씨가 기나긴 법정싸움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졌는데요.




법적으로 성범죄자 누명은 벗었지만 파괴된 사회적 생명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진성 시인에게 있었던 공포와 파괴의 36시간, 그 이후 그가 보내고 있는 고통스런 시간의 의미가 궁금해 졌습니다.



우선 이 논란이 터지기 전까지 그를 알고 있던 일반 대중은 많치 않았는데요. 박진성 시인은 1978년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현대시>에 '슬픈 바코드' 라는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습니다.




'목숨 (2005년)'  '아라리(2008년)' '식물의 밤(2014년)' 등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였고 2014년 제8회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수상, 2015년 제7회 시작 작품상을 수상 하는등 문단에서도 인정받는 시인이었습니다. 성범죄자 누명이 씌워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2016년 SNS에서는 '문학계(문단) 성폭력'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유명 문인들의 부끄러운 면이 하나 둘 폭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SNS 특성상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아니면 말고 식의 글들도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구요.



끔찍한 악몽은 2016년 10월 19일에 시작 됩니다. 박진성 시인의 SNS(트위터)에 "미성년자인 저는 지난해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라는 폭로성 글이 올라옵니다. 10월 20일에는 연이은 추가 폭로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가 바로 시인 박진성이라고 실명까지 공개 됩니다.



SNS 폭로는 순식간에 박진성 시인을 성범죄자로 몰아 넣었고 10월 21일에는 그의 사진과 실명이 언론을 통해 공개됩니다. 10월 19일 첫 폭로 이후 36시간 만에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릴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 버린 것입니다.



사실 관계가 확인 되지 않은 채 언론 보도가 되었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게 됩니다. 이때 박진성 시인은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붙는 행동을 하게 되고 마는데요.



2016년 10월 22일 저녁, 짧은 시간에 자신의 삶이 격랑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려 하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박진성 시인 자신이 그동안의 의혹을 모두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더욱 더 맹렬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직감한 그는 10월 23일, 전날 사과문에는 오해가 있었다며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발표합니다. 11월 11일에도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그것을 뒷받침을 충분한 증거 역시 있다고 밝히게 됩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일지를 직접 쓰는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이미 여론 재판은 거의 끝난 상황이라서 되돌리기에는 힘든 상황이 되고 맙니다. 그의 시를 출간하려던 출판사는 책 4권을 계약 해지하고 이미 출간된 시집은 출고 정지를 합니다.



그렇게 돌아 오긴 힘든 강을 타의에 의해 건너버린 박진성 시인의 성희롱 논란은 1년간의 법정 공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올해 9월말 대전지방검찰청이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그를 고소한 사람들에게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처분(허위 사실 유포)이 내려집니다.



36시간만에 그는 '성범죄자' '성폭행범' '파렴치한' 이 되어버렸고 그것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약 1년 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법적으로 무죄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그를 비난하거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 들이지 않는 네티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법적인 판단으로 진실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36시간을 진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현실속에서 그가 다시 예전의 시인 박진성으로 돌아가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통끝에 본인의 SNS에 자살 암시글을 올렸고 이것을 걱정한 제보 전화가 접수됩니다. 확인해보니 약물과다복용으로 쓰러져 있었고 다행히 응급실로 옮겨져 14시간만에 의식을 회복하였다고 합니다.



36시간, 이후 1년 이라는 시간도 지옥 이었지만 박진성 시인에겐 어쩌면 남아 있는 하루 하루가 더 지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미 그에게 채워진 대중의 '성범죄자' 라는 '인식의 발찌'가 그를 계속 붙잡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그에 대한 억울한 누명이 풀린 만큼 그가 다시 시인 박진성 이자 정직하게 살아온 인간 박진성으로 다시 예전의 삶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고통의 시간을 겪으면서 남긴 글을 적어 보며 두번 다시 박진성 시인과 같은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래 봅니다.



"리트윗 1000 이면 그게 학설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리트위 2000 이면 그게 기사가 됩니다. 트위터에 리트윗 3000 이면 그게 진실이 됩니다."


"베개를 뜯어 속 깃털을 바람에 날리면 그걸 다시 전부 주워 담는건 불가능 한 일입니다"


"어머니가 우신다. 아버지도 우신다. 동생도 전화를 해서 운다. 나는 멍하게 앉아서. 그냥 멍하게 앉아서. 늙은 개의 눈두덩이나 쓰다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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