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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처럼 슈퍼 히어로(영웅)들은 악당을 물리치면서 시민들에게 박수를 받지만 그들에게도 인간적 고뇌와 고통이 숨어있는데요. 영웅들의 찬란한 모습보다는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공포를 현실속의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조각가가 있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


14세기 영국 왕국과 프랑스 왕국사이에서는 백년 전쟁(1337년~1453년, 무려 116년간 치뤄진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의 도시 칼레(Calsia, 영어로는 캘리스 or 캘레이)는 1년 가까이 영국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며 버텼지만 지원병도 기대할 수 없게되자 결국 영국군에 항복하게 됩니다.



1346년 8월 3일, 칼레시(市)가 항복을 전하자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사절단을 통해 끔찍한 제안을 합니다. 항복을 받아들이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칼레시민중 6명이 대표로 처형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왕 에드워드 3세>


칼레시가 항복하기까지 영국군은 정예 병력 3만 4천명으로 칼레 시민 8천명을 상대하며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고 이에 대해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며 원래는 칼레시민을 다 몰살하려고 했지만 측근들의 만류로 그나마 6명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칼레(Calais)의 지리적 위치>


칼레 시민의 생명이 6명의 자원 처형자에 달려 있는 순간,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라는 사람이 먼저 손을 들었고 잇달아 상인, 법률가등 부유한 귀족들 5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다음날 6명은 속옷차림에 목에 밧줄을 걸고 처형대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어렵게 임신한 왕비가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간청 하면서 죽음의 문턱앞에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이야기는 프랑스 역사가인 '장 프루아사르(Jean Froissart)'에 기록이 되었고 여섯 시민의 용기와 희생 정신은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상징적인 이야기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1884년, 여섯 명의 용감한 시민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 동상 건립 위원회가 발족되었습니다. 6명의 숭고한 시민 정신에 감동한 한 조각가가 이 기념상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1889년 마침내 세상에 공개 되었습니다.



공개된 칼레 시민 6명의 모습은 흔히 생각하는 멋드러진 영웅들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비탄에 빠진채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모습, 비틀려진 팔등 죽음앞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각가는 "나는 이 작품에 별도의 받침대를 원하지 않는다. 칼레시(市) 한복판 바닥에 설치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으며 그의 희망대로 설치가 되었습니다. 후에 그는 "만약 아름답게만 표현했다면 6명의 사실적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을 것이고 높은 곳에 두었다면 영웅적인 면만 부각되어 고통과 공포의 진실은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막연한 영웅심이나 애국심 보다 영웅들의 현실적 고통과 공포를 함께 마주하려 했던 조각가는 바로 오귀스트 로댕(Francois-Auguste-Rene Rodin ; 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 1840년 11월 12일~1917년 11월 17일) 입니다.



소소하고 사실적인 칼레시 6명의 영웅들의 모습을 다음 로댕의 작품 '칼레의 시민(1889년)'은 그의 뜻대로 높은 곳에 전시되지 않고 땅에서 가까운 곳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칼레시 6명의 영웅들과 그에 관련된 조각상 이야기 였는데요.



사실 이 얘기는 후대에 왜곡과 과장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시 에드워드 3세는 이들을 실제로 처형하려는 의도가 애초에 없었고 6명의 시민들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일종의 항복 의례로 일부러 연출한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칼레 시민의 영웅담을 기록한 프랑스 역사가 '장 프루아사르'에 대해서도 그가 프랑스 역사의 주요 역사를 기록한 5권의 연대기로 유명한 사람이기 하지만 그의 기록에는 수시로 사건의 발생일, 발생지등의 오류가 꽤 많았다고 합니다. 칼레 시민의 얘기 역시 애국심을 고취시키려고 아름답게 가공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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