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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에게 명예는 소중하지만 특히 군인들은 목숨보다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명예인데요. 억울한 불명예 제대 군인에 대한 진실이 영화를 본 한 소년에 의해 밝혀진 사연이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7월 16일, 인디애나폴리스 함의 함장 찰스 B. 맥베이 3세 대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티니안 섬까지 원자폭탄의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이송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인디애나폴리스 함장 '찰스 B. 맥베이 3세' >


맥베이 대령은 잠수함등 적의 공격을 염려하며 호위함을 상부에 요청하였으나 당시 해군 수뇌부는 기밀 사항으로 누구에게도 노출되면 안된다면서 맥베이의 요청을 회피, 단독으로 알아서 잘 이송하라는 명령만 내렸습니다. 




적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속에서도 맥베이 대령의 인디애나폴리스 함은 티니안 섬까지 무사히 우라늄 이송을 마쳤습니다. 문제는 티니안 섬에서 필리핀의 레이테 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이미 비밀 작전은 성공하였으므로 이후부터는 호위함을 붙여주어야 했지만 해군은 맥베이에게 여전히 단독으로 움직이라고 명령하였고 인디애아폴리스는 7월 30일 새벽, 일본군 잠수함 I-58의 어뢰에 맞아 격침되고 말았습니다.


맥베이 대령의 신속한 대피 명령덕분에 900명의 해군 병사들이 탈출하였습니다. 맥베이 대령은 바로 자신들의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조명탄, 거울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구조 신호를 보냈습니다.


당시 인근 미국 해군 통신 중계소가 이러한 구조 신호를 감지하였지만 당직 근무자들의 태만과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구조신호가 무시당하면서 900여명은 4일이나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생존자 900여명이 바다위에 표류한지 4일이나 지난 8월 2일이 되어서야 구조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그 사이 약 600명은 탈진증세와 함께 주변의 상어떼 공격으로 인해 사망하면서 316명만이 구조되었습니다.


당시 2차 세계 대전이 미국의 승리, 일본의 패전으로 끝나가는 상황이었기에 미 해군 역시 너무나 안일한 대처를 하였는데요. 해당 해역에서 이미 6일전에 미군의 구축함이 잠수함 공격으로 격침되었던 사실, 인디애나폴리스 함이 예정일인 7월 31일 필리핀 레이테 섬에 도착하지 않은 사실등을 해군이 모두 무시하면서 벌어진 인재에 가까운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는 미국 본토의 언론에 보도되면서 더욱 많은 논란과 비난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미국 해군은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맥베이 대령을 군사재판에 회부,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불명예 제대를 시켜버렸습니다.



당시 맥베이 대령은 해군 본부에 구조신호를 무시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며 강력히 항의하였지만 오히려 해군은 구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발뺌을 하였습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도중 약 7백척의 군함을 잃었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재판정에 서게된 사람은 맥베이 대령이 유일하였습니다.


미 해군은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맥베이 대령을 방패막이자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었습니다. 후에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그를 복직시켰지만 진실을 모르는 유족들의 비난과 항의에 견디지 못하면서 1968년 70세의 나이에 권총 자살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인디애나폴리스 함 격침 사건은 맥베이 대령의 비극적인 자살로 끝나게 되었는데요. 1997년 당시 12살 소년인 헌터 스콧(Hunter Scott)이 '죠스(Jaws)'라는 영화를 보게 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 헌터 스콧(Hunter Scott) >


영화 '죠스'에서 인디애나폴리스함 사건이 생존자의 증언 형태로 나온 것에 흥미를 느낀 스콧은 이것을 자신이 직접 조사해 보았고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150여명의 사건 생존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스콧은 조사를 통해 맥베이 대령이 너무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면서 자살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맥베에 대령의 명예 회복 탄원 운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미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미 의회까지 나서게 되었는데요. 결정적으로 인디애나폴리스 함을 격침시켰던 일본 I-58의 함장인 하시모토 모치즈라 중좌가 미 의회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시 인디애나폴리스 함이 자신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며 맥베이 대령이 왜 군사 재판에 회부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맥베이 대령의 부당한 혐의를 벗결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2000년 당시 대통령인 빌 클린턴에 의해 맥베이 대령은 복권되었으며 그를 포함한 316명의 생존자들에게는 은성무공훈장이 수여되었습니다. 이때까지도 미 해군은 끝까지 이러한 조치에 대해 반발하였지만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이후 군함을 손실시킨 함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죠스' 영화에 영감을 받아 억울한 맥베이 대령의 진실을 회복시킨 소년 헌터 스콧은 해군 ROTC 장학생으로 졸업 후에 임관하며 대위 계급으로 복무하였습니다. 비운의 인디애나폴리스 함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에 의해 2017년 7월, 침몰된지 72년만에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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